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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는 나일 강의 범람으로 비옥해진 옥토를 중심으로 발달된 문명이다. 농업뿐 아니라 성학(星學), 역학(歷學), 수학(數學), 토목학(土木學) 등이 발달했고 기후, 풍토 때문에 식물과 광물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다. 이런 배경은 질병의 원인론이나 치료법에 직접 관계가 있다. 그러나 고대문명을 지배한 종교의 힘은 메소포타미아의 의술과 마찬가지로 이집트의술에도 큰 영향을 끼쳤으므로 이 두 가지는 매우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만 사과(史料)의 연대결정이 어려운 탓도 있었겠지만 메소포타미아의술에 서는 발전단계가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역사학자 지게리스트(H. Sigerist)의 의견처럼 이집트의학에서는 분명히 주술-종교적 의술과 경험적·합리적 의술이 구별되면서 그 발달을 촉진했다고 하는 점이 다르다.
모든 고대문명이 그러하듯 고대이집트의료도 일차적으로 신의 초자연적 권능의 힘을 빌린 행위였다. 질병의 원인이 초자연적·종교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치료 또한 인간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원시적인 질병관에서 보듯 이집트에서도 영혼이나 악귀가 질병을 일으킨다는 생각이 있었고 주문, 부적 등으로 이에 대항하는 처치법이 있었다. 그러다가 신들이 악귀를 물리치는 존재로 등장한다. 어떤 신은 병도 주고 치료도 한다. 주술적인 치료는 기도요법으로 바뀌게 된다.
이집트의 가장 오래된 의신(醫神)은 인신조수(人身鳥首)의 모습을 한 토트(Toth)며, 이 신은 동시에 전지전능한 학문·예술의 신이기도 했다. 또한 그 밖의 의신으로 레(Re)와 석양의 신 오시리스(Osiris)의 누이동생 이시스(Isis)가 있다. 분만의 신 베스(Bes)와 에페트(Êpet)가 있는가 하면 전염병의 신 세트(Set)도 있다. 질병(pest)의 여신 세크메트(Sechmet)는 매우 중요시되어 기원전 1800년 이전, 즉 중왕국(中王國) 이전에는 이 여신에 봉사하는 승려의사들이 있어 때때로 세크메트의 이름을 자기의 호칭의 하나로 삼는 경우도 있었다. 몸의 사지에도 특정한 신들이 살고 있었다. 미라를 만들기 위해 인체를 절개한 승려들이 본 것은 객관적인 실체로서의 내장이나 근육, 골격이 아니고 신들의 살림집이었다. 그러므로 이들은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해부학을 한 것이 아니라 지게리스트의 말대로 ‘신화적 해부학’을 한 것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이집트문명의 마지막 수세기 동안 과거의 모든 치료신들을 하나로 통합한 존재가 등장한다는 사실인데 그의 이름은 임호텝(Imhotep)이다. 임호텝은 기원전 2900년경의 제3왕조의 파라오(Pharao), 도저(Doser) 왕의 장관이며 고승이었다. 그의 이름은 ‘평화 속에 오는 자’였고, 최초의 의사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그는 의사일 뿐 아니라 건축가, 저술가, 점성사 그리고 시인이었다. 멤피스 시(市)에서 활약하였는데 의학의 신으로 승격되어 뒤에 기술될 고대 그리스의 아스클레피우스 신처럼 이집트의 사원 수면과 꿈의 신탁을 통한 치료(incubatio라 함)의 첫 대상이 되었다. 즉 임호텝 신이 꿈에 나타남으로써 병을 고치는 기적의료의 주체였던 것이다. 질병이라는 사건에 대처함에 있어 초자연적인 힘에 대한 인간의 요구가 얼마나 강했던가 하는 것을 우리는 임호텝의 예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집트의학은 질병과 그 치료법에 대한 경험·과학적 관찰을 토대로 합리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것은 고대 이집트 의술을 살펴볼 수 있는 사과(史料), 특히 초기의 의서(醫書)에서 발견된다. 그것은 질병과 치료에 관한 기록이 적힌 파피루스(papyrus) 두루마리였다. 이 파피루스는 특수한 증례(症例)에 대한 단일 논문들을 모아 총서형식을 이루고 있는 것이었는데 가장 최초의 이집트 의서는 카훈(Kahun) 시(市) 유적에서 발견된 단편으로 카훈 파피루스(Kahun papyrus)라는 것이다. 이것은 제12왕조 중기(기원전 약 1900년)에 저술된 것으로 보이며 수의(獸醫) 파피루스와 산부인과 파피루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병상을 기록한 처방집으로서 복잡한 증후군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소박하나마 합리적인 치료방법을 기록하고 있으며 신비적-종교적 요소가 전혀 없다고 한다.
카훈 파피루스 다음으로 오래된 것은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Edwin Smith papyrus)로서 미국 이집트학의 개척자 에드윈 스미스(Edwin Smith)가 1862년 룩소(Luxor)에서 이집트 사람으로부터 구입한 것이다. 1873년 독일 이집트 학자 게오르크 에버스(Georg Ebers)에 의해 구입된 에버스 파피루스(Ebers papyrus)와 함께 제18왕조 초기, 기원전 1600년의 전반기에 쓰여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에버스 파피루스가 스미스 파피루스(Edwin Smith papyrus의 약칭)보다 조금 늦게(기원전 1550년경) 기술되었으리라 짐작하고 있는데, 두 가지 모두 피라밋기(期)에 이르는 고(古)문헌이 소개되어 있어 무척 오랜 의술이 기록되어 있는 셈이다.
스미스 파피루스, 에버스 파피루스는 다른 어떤 것보다 귀중한 사과(史料)로 인정되고 있다.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는 4.68미터, 에버스 파피루스는 20.23미터의 길이로 스미스 파피루스는 심장 맥관(脈菅)에 관한 단장(斷章)으로 시작되어 외상, 두부, 흉부질환에 대해 진술하고 있는데, 머리 창상(創傷)을 진찰할 때 지압에 의한 머리카락 소리, 뼈의 마찰음, 박동감에 대한 기재도 있고 이것을 소아의 두개에 비교하는 등 상당한 외과적 지식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파피루스에는 수술하는 데 메스를 사용했다는 말이 없고 개두술(開頭術)에 대한 언급도 없다. 그러나 마술적인 주문과 오랜 옛날부터 지속되었던 의사의 기본태도 “회복될 수 없는 환자에 대해서는 의사가 진료를 해서는 안된다.”라는 말이 기재되어 있다.
에버스 파피루스는 의학전서(醫學全書)와 같은 것으로 내과 질환, 눈, 피부, 사지, 부인병 등에 대한 처치법과 처방이 기록되어 있는데 약 먹기 전에 읊어야 할 주문도 기술되어 있다. 주혈흡충(住血吸蟲)을 위시한 여러 가지 기생충에 관한 설명이 있어 이집트 사람들이 질병을 기생충의 침입으로 설명하고자 한 까닭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해부나 생리에 관한 지식에 대한 매우 부정확하나 체액 순환에 관한 가장 오래된 설명을 볼 수 있다.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나 에버스 파피루스 모두 증례(症例) 접근법을 ①잠정 진단 ②환자를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에 관한 지시, 그리고 진단적 징후의 발견법 ③최종 진단 및 증례의 예후 ④필요한 치료법의 적용 즉 수술, 약물, 주문 또는 기도의 순서로 진행하고 있다.
기원전 1300년경의 대(大)베를린 파피루스는 주로 처방집으로 이루어지는데 약제와 혈관에 관한 이론, 임신감정법 그리고 주문이 실려 있다. 외과를 주로 다룬 심장 파피루스(Heart-papyrus, 기원전 1500년)에는 신비적 마술 요법이 많이 기재되어 있어 동방 메소포타미아의 영향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소(小)베를린 파피루스, 런던-파피루스(London-papyrus)는 약간의 약물요법을 제외하면 마술적 의학이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후에 제작된 파피루스의 내용은 마술적인 특징을 더욱 강하게 나타내므로 이집트의학이 초기의 합리성을 상실하고 점차 마술적인 의학으로 쇠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역사의 변화과정의 한 양상이라는 - 그리스의학 이후의 중세의학의 출현처럼 - 추정도 있지만 간단히 단정할 수 있는 성격의 이야기는 아니다. 파피루스에는 500종류 이상의 물질을 써서 만든 876종의 처방이 기록되어 있다. 광물, 식물, 동물이 모두 다 동원되었는데 구충제로는 석류열매, 해충, 싸리풀을, 야맹증에는 생간(生肝)을 썼다.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었기 때문에 인체에 대한 지식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해부학은 전혀 발달하지 못했다. 사체(死體)를 필요 이상으로 자르게 하지 않았거나 종교적인 금기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의사가 직접 미라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인체를 관찰할 기회가 없었을 수도 있다. 고대 이집트 인의 근육, 골(骨), 혈관, 신경에 대한 지식은 관념적이며 허황된 것이었고 복부, 흉부의 기관에 대해서 약간의 지식이 있었다는 것이 에버스 파피루스의 『의사의 비서(秘書) : 심장과 그 움직임에 관한 지식』에 나와 있다.
고대 해부학이 발달하지 않은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집트 인이 신화적인 각도에서 인체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은 역사가 우리에게 되풀이하여 가르쳐 주고 있는 사실이다.
병리론(病理論)은 바빌로니아와 마찬가지로 초자연적인 신의 의지를 중심으로 한 이론으로 특정한 악마가 몸 안에 침입하기 때문에 병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병인(病因)은 ‘벌레’였다. 어떤 병도 그 원인이 기생충이라고 생각할 만큼 기생충질환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 밖에도 나태한 생활과 영양의 불균형, 영양과잉이 관계된다고 생각했다. 병의 진행은 신체 각 부문에 생기는 변화 때문이라고 보았는데 혈액을 중심으로 한 체액병리설을 취했지만 메소포타미아의 혈액설과는 달리 프노이마[영기(靈氣), pneuma]를 생활의 근본원리로 삼고 호흡작용을 중요시했다. 프노이마 혹은 영기가 호흡으로 폐에 들어가고 심장에 들어가 동맥을 통해 신체 각 부위에 보내진다고 믿었다. 건강이란 프노이마가 정상인 경우이고 여기에 이상이 생기면 부패현상이 일어난다고 믿었다. 따라서 땀이나 소변, 설사를 시키는 방법으로 부패물질, 또는 ‘악성혈액’(나쁜 피)을 빼내는 방법을 강구했으며, 방귀 등으로 ‘썩은 공기’를 빼는 방법도 썼다.
고대이집트의학에서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안과와 산부인과였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무엇보다도 고대 이집트의 위생학은 특기할 만하다. 헤로도투스는 이집트 인이 가장 건강한 사람들이라고 감탄한 바 있거니와 고대 이집트 인들은 건강관리와 예방의학의 관점에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여 주고 있었다. 종교적 계율이 엄격히 지켜져서 규칙적인 생활을 했으며 매장법과 식육(食肉) 검사도 엄했다. 성관계, 개인·사회 모든 생활이 종교계율로써 규정되어 있었고, 건강한 사람도 정기적으로 토제(吐劑)나 하제(下劑)를 사용, 신체를 정화하도록 권장되었다. 또한 주거, 의복, 신체 등의 청결을 유지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일찍이 의사, 승려, 주술사가 각기 다른 직업인이었으리라는 사실이 에버스 파피루스에 기재된 것으로 미루어 추정되고 있다. 의사계급이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제5기 왕조에서 활약한 ‘의사장’이라는 존재가 사과(史科)로 확인된다. 그러나 의료의 가장 번성기에는 의술이 승려의 손으로 옮겨가 있었다. 승려가 학문을 장악하고, 의학교(醫學校)의 임상실습은 사원에 모이는 환자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이렇게 통일된 교육으로 돌팔이의 출현을 최소한으로 방지했다. 그러나 의사가 모두 국가의 봉급을 받고 있던 탓도 있었겠지만 독창적으로 규정 이외의 치료를 하여 환자가 죽으면 의사도 사형을 받아야 하는 등 지나친 전통 고수의 관습 때문에 그러한 교육은 창의적인 의학발전을 가로막는 결과가 되었다.
이집트에는 일찍부터 전문의가 있었다. 헤로도투스에 의하면 눈, 두통, 치(齒), 하반신, 특정 내장만 보는 전문의가 있었고, 병을 일으키는 본거지라고 생각되었던 항문의 전문의는 ‘항문의 목자(牧者)’라는 칭호를 받았다. 전문과목의 분화가 결코 근대의학에서 시작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고대 이집트 인은 메소포타미아 인과는 달리 죽음을 결말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밝은 내세를 상상하고 이를 위해 시체의 영구보존을 시도하였다. 철학보다 과학적 소질이 많다고 평가되던 이집트 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이 의학발전에 어떤 기여를 하였는가는 잘 알 수 없다. 인체생리는 나일 강의 범람과 감소의 영원한 반복에 비유되었다. 인간은 아직 신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는 종교대로 인간의 건강한 삶에 기여했고, 경험적·합리적 의술은 그런대로 원시적 단계를 벗어나 앞으로 있을 고도의 의술을 뒷받침할 기반을 이루었다. 그러나 많은 왕조와 세월을 거치면서도 의술의 수준이 뛰어나게 앞설 수 없었던 이유는 이집트의 전체주의, 강력한 전통주의에 있었다. 이것은 동방 고대문명의 한결같은 경향으로 과거의 지식과 경험만을 답습하고 새로운 것은 그것과 모순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수용하였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나라 의학에는 이러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곳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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